고려사를 이야기할 때 고려거란전쟁이 방영 중이라 몰입에 방해가 될까 봐 현종에 대한 부분은 거란의 침입만 있다고 대충 적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요즘에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말이 많은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사학을 전공하였는데 정통사학보다는 콘텐츠 위주의 사학을 공부했었다. 과제로 역사 관련 드라마나 영화 보고 레포트 쓰기도 있었는데 처음엔 왜곡된 역사를 위주로 글을 썼는데, 계속 배우다 보니 어떠한 점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였는지 보고 쓰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역사 드라마나 영화는 잘 안보는데 주변 사람들이 진짜 저랬냐 하면서 물으면 답해야 되는데 몰입을 깰 수도 있어 아예 질문받을 일을 없애버리기 위해서 잘 안 보는 중이다. 그래서 고려거란전쟁도 가끔 늦은 저녁이나 주말에 밥을 먹으면서 TV에 나오면 보긴 했지만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에 관련해서 글을 쓴 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이 드라마 역사왜곡이 심한 거 아니냐고 해서 쓰게 되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굳이 열내면서 얘기할 필요를 못 느꼈기에 안 봐서 잘 모른다 하고 넘기긴 했다.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드라마나 영화에서 역사왜곡이 문제인가? 이건 나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역사적인 사실을 소설로 만들거나 영상화 시킨다고 생각한다면 까놓고 말해서 그 지루한걸 굳이 내가 왜 봐?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명량'을 들겠다. 명량해전에서는 사실 판옥선이 사용됐지 거북선은 건조되지도 않았었고,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장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장군이 전사했던 전투는 노량해전이다. 그래서 몰입이 안 됐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1700만 관객에 평점도 꽤나 좋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극들이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각색과 왜곡이 들어가긴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면 그건 하품밖에 안 나오는 역사서일뿐이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가 될 수 있겠는가? 역사적 사실과 예술적인 면의 조화를 찾기 위해 어느 정도의 각색과 왜곡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점으로 인해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다. 그래서 1000만 관객이 넘게 본 명량 때도 이렇게까지 논란이 심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논란이 심한가 해서 찾아봤다.
강감찬의 파직이나 현종의 부상과 호족과의 대립 등 많은 것이 있었는데, 극의 긴장감을 위해서 현종의 부상 정도야 넣을 수 있었겠지만 다른 2개는 말이 나올만했고, 나도 보자마자 실소가 나오긴 했다. 호족과 신경전을 하면서 지방 제도 정비를 하려고 하는데 이미 성종과 광종 때 이뤄져 있던 것을 현종 때 시작한다고? 아무리 대립을 통한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라고 해도 나는 이해가 잘 안 된다. 굳이 넣어야 되는 장면이었을까 싶긴 한 장면이다.
그리고 처음엔 「고려사」를 읽으면서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찾아보니 소설 원작이 있었다. 원작이 있던 걸 몰랐던 이유는 학창 시절에 논문이랑 사마천의 「사기」 혹은 제대로 된 역사서만 읽다 보니 소설을 읽다가도 논문을 찾아볼 것 같아서 역사소설은 굳이 찾아보려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웹소설도 웹툰 될 때 각색되고, 웹툰이 드라마화될 때도 각색되다 보니 이 드라마도 어느 정도 각색은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원작자랑 갈등이 있어 보이던데 그 정도면 드라마 측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위에서 약간 옹호하는 듯이 말을 했지만 KBS에 들어가 보니 '정통사극', '대하사극'으로 홍보를 했던데 이건 나도 감싸주기 힘들 것 같다. 정통이란 말이 없었으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보지는 않아도 응원은 했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면 나를 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번 드라마에 대한 논란이 있을 만 하긴 했고, 처음엔 나도 뭐라 하려고 했지만 생각해 보니 웃기지 않은가? 역사를 전공했던 나도 고려사는 기초만 배우고 넘어가긴 했지만 누가 나에게 고려 현종에 대해서 물어보면 거란이랑 전쟁했다는 것 외에 딱히 할 말이 없는데, 평소에 그 정도 대답도 못 할 정도로 역사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드라마가 잘 나가는 것 같으니 물어뜯기 바빠 보이는 것 같기도 해 보이니 뭔가 대한민국 사람들의 공격성이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영화로 보면서 드라마는 왜 드라마로 보지 않는 것일까?
역사를 전공했던 한 명의 사람으로서 역사왜곡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비판을 하면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어떻게 보면 노이즈마케팅이 됐지만 이번 기회로 인해 일반인들도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져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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